Sunday, 14 December 2014

“나는 낙하산 입사 하게 되였다" - 한국기업에 취업한 외국인의 입사 이야기.

'미생' 보면서 '낙하산'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들었다. 온라인 영-한 사전을 검색했고 나는  '약간 나쁜 의미ㅡ 인맥으로 취직하는'걸로 이해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한국에서 첫 직장을 잡았을 때 운 좋게 인맥으로 들어갔다.  다른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지원서를 작성하고 인적성 검사를 받기는 했지만, 경쟁자도 없었고 누구나 싫어하는 하루종일 진행하는 그룹인터뷰이나 채용팀이 있어보이려고 하는 불필요한 그룹발표 등도 없었다. 그땐 그냥 나는 외국인이라서 다른 방법으로 취직하는거라고 생각했었다. 어차피 대부분 한국에서 취직하는 외국인들은 네트워킹으로 일자리 잡는거다. 그런데 미생 보고 알게 되었다 - 나는 낙하산으로 입사 하게 되었다.

나는 신입으로 들어갔지만 호주 대사관에서 2년정도 직장을 다닌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력서랑 자기소개서만 보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 한국조직에 있는 인사팀 채용직원이 한국식 지원서를 주면서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회사의 지원서는 한국식 이력서와 비슷했지만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좀 있었다. '가족사항', '건강상태' 등 이런 부분들이 였고, 나는 일부러 무시한채 이력서를 작성했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 '나의 아버지 대학교 어딘지, 현재 무슨일 하고 있는지 등이 내가 이 회사에 지원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야?'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런 정보를 가지고 차별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외국인이라 무시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개인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한국 젊은이들에 대해 연민을 느낀다. 그런 부분으로부터 채용 차별을 받을 수 있는건데, 만약의 상황에 대해 지원자들을 보호하는 채용 차별 법 등이 있을까?

내 입장에서 보고 불필요한 부분들은 넘기고 지원서를 대충 작성하고 보냈다. 그리고 바로 몇일뒤 면접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1차 면접이 나는 마지막 면접인 줄 알았었다. 보통 호주에서 경험직이라면 이력서를 보낸 후 면접보고 끝이다 (너무 간단한건가?). 그때 인사팀의 이사님과 일대일로 그냥 편안하게 이야기를 했다. 인맥으로 내 이력서를 받았으니까 제대로 된 면접보다 커피한잔 하고 수다 떠는 듯한 진행을 했었다. 하지만 이 면접이 끝나고 나서 다시 연락이 왔다. 2차 면접이 있다고....2차 면접에서 나는 이 회사가 한국인 신입사원 채용 면접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 나는 혼자서 '외국인' 경험직으로 채용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나는 다른 한국 젊은이들과 같이 채용하는 것이였다. 나와 한국인 지원자들과의 면접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대조적이어서 흥미진진했다.

차례를 기다리며 대기실에 있던 한국인 지원자들은 왔다갔다 하면서 긴장된 모습으로 면접 질문에 대한 대답을 외우려고 애쓰고 있었다. 회사 회장은 무슨 왕인가 싶은 정도로 한국인 지원자들이 그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회장 회의실 문 앞에서, 나는 나보다 나이가 있는 지원자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 걱정마라 이 면접은 의미없다 마지막 면접은 그냥 확인하는 거라고 알려줬다. 하지만 그 형은 내 말을 듣지않았다. 어쩌면 당연하다. 나는 사실 이 면접 기회를 얻은 것이 기쁠 뿐이였다. 한국에서 살고있는 외국인으로 많지 않은 기회인데 참석만해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편하게 하려다가 밖에 있는 분위기 탓에 나도 갑자기 긴장되며 기대가 높아지면서 면접에 어떤 질문 나올건지 회장님이 어떤 생각할건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면접 시작하자마 걱정 안 해도 된다는것을 깨달았다. 회장님의 첫 질문은 바로 "마이클이 한국이 좋아요?"이였기 때문이다.

“술 좋아하세요?”, “소주 몇 병까지 마실 수 있나요?”, “어디 사세요?”, “몇 살이세요?”, "김치 먹을 수 있나요?" , “여자친구 있나요?” 등등. 내 마음속에선 크게 웃고 있었다. 이거 진심이야? 이 면접은 택시 뒷좌석에서 봐도 될 정도였다. 생각 해보면 나는 서울택시 아저씨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전해 드리고 싶다. 3년동안 매번 택시를 탈때마다 나에게 이런 똑같은 질문들을 물어본 덕분에 나는 면접을 완전히 잘 봤다. 회장님과 택시기사님은 큰 연봉차이 있지만, 똑같은 한국인 아저씨였다 - 그분들이 듣고 싶은 말을 알고있어서, 나는 그 질문에 대해 완벽하게 답장을 했다. 당연히 술 잘 마신다고, 김치를 엄청 사랑한다고 등등 했었죠.

그런데 그때부터 나는 알아야 했을 것이다. 회사에서 의미있는 업무를 담당하는 것에 대한, 내 높은 기대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나는 신기하고 다른 존재였다. 뭔가 ‘글로벌’한 사람이 었다. 겉보기에 그럴듯한 ‘대외 이미지용’ 인물이었다.

팀장은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리고 나에게 어떤 업무를 맡겨야 할지를 몰랐었다. 그런 부분들 나는 이해했다. 외국에 경험이 없는 한국아저씨 팀장, 사실 밑에 있는 외국인직원에게 어떻게 해야할까 많이 고민했었을거야, 좀 불쌍하면서도 서로 답답했었을거야; 나는 한국 신입처럼 "네"보다 "왜" 계속 했었다. 팀장님은 나에게 화를 낸적이 없었지만 아마도 머리속에 몇번이나 욕하고 있었을거야 - 이 외국인놈아 내가 시킨대로 왜 안하냐? 왜 나한테 반대하냐? 등. 이 회사는 외국인 직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있지 않았다. 글로벌 이미지를 키우고싶은 편에서 나를 뽑았지만 글로벌 비즈니스; 방식 등 원하지 않았었다.

한국 기업의 구성원 다양화 노력, 그리고 특정 포지션에 맞는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려는 시도는 좋으나, 외국인 직원 채용 절차와 그 절차를 통해 채용된 직원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다르고 예외적인 것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외국인 직원을 고용해 회사의 이득과 혜택을 얻고 싶다면, 그들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한국인 직원과 똑같이 상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의 전 직장이 진지하게 인력 글로벌화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채용 절차가 100% 달라졌을 것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랬었더라면 나는 그 일자리를 잡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보다 더 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채용됐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미생에 외국인이도 나왔으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

2 comments:

  1. 잘 읽었어요 마이클
    그런데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한국어 배울때 어떻게 배웠나요?
    저는 영어 10년을 넘게 배워도 말을 못해요
    영어책의 쉬운 문장만 읽을수 있어요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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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이클은아니지만 말을 해야 영어가 늘죠. 해외있는 한 남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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