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11 November 2014
동료들의 결혼식, 돌잔치 그리고 장례식 – 눈치 때문에 갔었다.
"마이클, 팀원들에게 알리는 게 어때?" 팀장님이 말했다.
"네? 제 휴가 말씀이세요? " 내가 물었다.
"아니, 동생 결혼식 말이야, 팀원들 에게 알리는 게 어때?"
"아니요 괜찮아요, 호주에선 그러지 않아요.”
한국 조직에서 일하면서 특별한 조직문화 중 하나이다. 동료들의 개인적인 중요한 이벤트들에 참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내 직원 포탈의 게시판을 보면 조직제도 관련 안내보다 동료들의 이벤트에 대한 글이 더 많다. 언제든지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결혼식, 돌잔치 그리고 장례식 안내와 초대들. " ~ 팀, 김과장 결혼합니다" , “ ~ 팀의 이대리의 공주 지연이의 돌잔치에 초대합니다." 나랑 똑같은 부서; 팀이나 임원이면 나는 어쩔 수없이 가야 했었다. 신입사원의 많지 않은 급여로, 부조와 조의까지 하기에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회사생활 하면서 한 두번 친한 동기들의 결혼식 가긴 했었지만, 한국 회사 다니면서 가고 싶어서 갔던 행사들은 별로 없었다. 가고 싶지 않아서 선배님의 돌잔치 거짓말로 피한적이 도 있다. 나도 한국동료들처럼 눈치와 부담 때문에 많은 행사들에 갔었다. 회사 생활을 위해, 더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서 원치 않는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경우들을 이해하지만 어떤 행사 참석하기는 좀 그렇다.
제일 마음에 걸렸던 행사는 바로 직속 이사님 아버지의 장례식이였다. 나는 이사님과, 면접 외 에는 대화 해 본적이 없었는데, 물론 그분의 아버지의 얼굴; 성함; 아무것도 몰랐다. - 그렇지만 나의 부서 이사님이셔서 꼭 가야 하는거였다. 신입사원인 나는 그 장례식장에서 잠깐 도와주기도 했다. 외국인으로서 그때 얼마나 불편했는지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사님의 아버지랑 모르는 사이인데 나는 이 장례식장에서 그 아버지를 사랑하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인사하면서 신발 정리 하고 있었다. 그분들 얼마나 이상하다고 생각이 했을까? "이 외국인이 왜 여기 있어" 바로 오시는 손님들의 얼굴에 써있었다. “나도 몰라” 나는 눈으로 대답 하고 있었다.
나는 나쁜 사람 아니라고 믿고 있지만 (어떤분들 반대하겠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사님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별로 상관이 없었다. 슬픈 감정 하나도 찾고 싶었는데 결국 못 찾았었다. 나는 이사님이랑 이사님의 아버지에게 가식적인 예의로 그 자리에 있었다는 진실 아직도 기억이 든다.
더욱더 미안했던건 신발정리 하다가 나는 그 장례식장 자리에서 동료들이랑 밥과 술을 재미있게 행복하게 먹었다. 물론 그걸 한국문화에서는 보통행동이지만 나는 이렇게 모르는 분의 장례식장에서 놀아도되나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때 예의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서 선배들의 예의를 따라 했다. 갑자기 이 장례식이 회식으로 변경이 되버렸다. 몇시간동안 온돌방에 앉으면서 전통적인 한국음식을 먹고 소맥 원샷해가지고 우리 회사에 많은 직원들이랑 대화했다. 이사님의 아버지가 우리 그렇게 시끄럽게 웃으면서 놀고 있는걸 싫어했을까? 아니면 좋아했을까? 알수가 없었다 - 왜냐하면 돌아가셨던 그 아버지를 만나본 동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의 말로는 나는 이런 말하면 안된다는데 내가 가본 행사중에 이 장례식처럼 재미있는 자리가 없었다 (진짜로). 생각해보면 나는 이 장례식에서 친구결혼식보다 더 오래 시간을 보내고 술도 더 잘 챙겼고 과연 나왔던 밥도 더 맛있었다. 물론 맛있는 웨딩홀이나 호텔부페도 있지, 그런데 아무리 맛이 있다고해도 저런식으로 30분안에 먹고 가버리니까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장례식들이 24시간 동안 하면서 많은 가족들과 멀리에서 오는 친구들 다 모여서 새벽까지 추억들 나누고 밥이랑 술도 먹는다. 어떤면에서 슬픈일보다 즐겨운일 생길때 하는 행사 같았었다.
아무튼 만약에 팀장이 다른 직원들에게 내 동생 결혼하는 좋은 소식 안내한다면 나는 싫어하지않을거다. 그런데 나는 안내하지마라는 이유는 다른 직원들에게 부담 주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동생이랑 사이 없는 분들인데 나에게 축하메시지나 돈까지 주면 서로 부담을 줄까봐 거절했다.
나는 한가지 확신한다. - 나는 결혼 하게 되면, 나에게 중요하고 의미있는 사람들만 초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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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장례식장에서 웃고 떠드는 이유는, 유가족이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하기 위해서입니다. ^^ 그래서 장례식을 소재로 한 어떤 한국영화는 제목이 '축제'였어요. ㅎㅎ
ReplyDelete우리의 장례는, 고단한 삶에서 평안한 극락으로 떠나는 이를 위한 환송의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천수를 다 하고 떠나는 이의 장례는,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다소 이상하겠지만, 슬프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ReplyDelete또한 생활권이 달라 만나기 힘든 지인들을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즐겁게 있다와도 죄책감 느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장례식에 참가를 하신다면 고인의 명복은 꼭 빌어주세요 *^^*
ㅋㅋㅋ 글 잘 읽었습니다. 한국 장례식에는 2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첫번째는, 호상(good funeral?; '호'가 한자로 good을 의미합니다)인데, 나이를 충분히 드신 분(80살 정도?)이 병원에서 오래 투병 생활을 하지 않고 돌아가신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장례식에 가서 재밌게 놀고 와도 되는 것 같아요.
ReplyDelete두번째 경우는 딱히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좋지 못한 장례식입니다. 이 경우는 젊은 나이에 갑자기 돌아가셨거나 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가족의 슬픔이 크기 때문에, 조금 조심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제가 듣기로,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장례식은 가족들의 슬픔을 덜어 주기 위해서 좀 떠들석하게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와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글 너무 재밌게 잘 쓰십니다 ㅋㅋ
상을 호상과 그 외의 상으로 구분하는 것도 좀 웃깁니다ㅋㅋ.. 한국인이지만 글쓰신분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가되네요
ReplyDelete상을 호상과 그 외의 상으로 구분하는 것도 좀 웃깁니다ㅋㅋ.. 한국인이지만 글쓰신분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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